12/7/2016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요한 18:37
Everyone who belongs to the truth listens to my voice.
John 18:37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만찬을 하신 후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니라는 곳으로 가십니다.그리고 제자들에게, “내가 저기 가서 기도하는 동안 여기에 앉아 있어라.”라고 말씀하신 다음, 베드로와 제베대오의 두 아들을 데리고 가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근심과 번민에 휩싸이기 시작하시어 그들에게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나와 함께 깨어 있어라.” 하고 말씀하신 후 얼굴을 땅에 대고 기도하십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슬픔에 지쳐 잠들고 맙니다. 예수님께서 세번이나 제자들에게 와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라고 하였지만, 제자들은 마음을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직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쉬고 있느냐? 이제 때가 가까웠다.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어간다”라는 말씀을 하신 후 병사들에게 끌려가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의 마지막을 기도하며 보내고 싶어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피땀흘리시면서 기도를 하시고 계실 때 제자들은 잠을 자고 있습니다. 죽은 라자로를 살리러 가실때 예수님께서는 그를 깨우러가자로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은 육체적으로는 잠을 자고 있으나 영적으로는 죽은 상태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고뇌의 시간에 함께 해달라고 부탁하는데도, 세번씩이나 깨어 있으라고 당부하는데도, 그들은 한 시간도 깨어있지 못합니다. 스승은 땅에 엎드리어 절대고독속에서 피땀 흘리며 기도할 때 제자들은 땅에 엎드리어 잠에 취합니다. 슬픔을 기도로 승화하지 못하고 지쳐 잠들어버리는 그들이 안타깝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기도로 힘을 얻었지만 그들은 기도하지 않았으므로 힘을 얻지 못합니다. 그들은 마음은 간절하나 영적싸움에서 실패하고 맙니다
그리고 스승은 이제 제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등불과 횃불과 무기를 들고 온 군대와 함께 초라하게 끌려갑니다. 요한의 심장은 천둥이 치듯 건잡을 수 없는 절망과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제자들은 누가 먼저라 할 거 없이 뛰기 시작합니다. 마르코는 겉옷도 챙기지 못하고 알몸으로 도망갑니다. 요한과 베드로는 정신을 차린 후에 예수님을 따라갑니다. 병사들은 예수님을 대사제에게 데려갑니다. 요한은 대사제와 아는 사이라서 예수님과 함께 대사제의 저택 안뜰에 들어갑니다. 베드로는 문 밖에 서 있었는데 요한이 나와서 문지기 하녀에게 말하여 베드로를 데리고 들어갑니다.
스승과의 이별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가장 슬픈 이별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제자에게 발등을 찍히고 결박되어 스승은 동족에게 끌려갔습니다. 제자들은 도망가버렸습니다. 요한도 도망가고 베드로도 도망갔습니다. 겟세마니는 더욱 더 깜깜한 어둠으로 뒤덮힙니다. 그러다가 수제자인 베드로와 애제자인 요한은 되돌아옵니다. 절대로 주님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베드로의 호언장담과 스승의 품에 기대었던 요한의 사랑은 발길을 돌리게 합니다.
그리고 요한은 닭이 울기 전에 스승을 부인하는 베드로를 봅니다. 그리고 카야파의 저택에서 빌라도총독 관저를 끌려가는 스승의 뒤를 따라 갑니다. 빌라도와 스승의 대화도 엿듣게 됩니다. 빌라도가 예수님에게 유다인의 임금이냐고 묻자 예수님께서는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를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라고 대답하십니다. 다시 빌라도는 “진리가 무엇이오”라고 묻습니다. 예수님은 대답하지 않으십니다
요한은 진리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인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자신이 진리에 속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진리는 주님이시고 복음입니다. 스승과는 이별할 수밖에 없지만 말씀안에서 스승을 만나고, 말씀을 사랑하고 그분의 길을 걸아갈 믿음과 용기를 청하며 이별을 견디어 보려 합니다.
주님, 세례를 받은지 이십년이 지나고보니 진리를 사랑함은 당신을 사랑하는 것임을 마음으로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은 진리를 넘어서지만, 진리는 사랑에 의미와 가치를 더해주는 빛이다”라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메시지가 가슴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