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2016

여러분 가운데 누가 지혜롭고 총명합니까? 그러한 사람은 지혜에서 오는 온유한 마음을 가지고 착하게 살아 자기의 실천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야고보 3:13

Who among you is wise and understanding? Let him show his works by a good life in the humility that comes from wisdom.

James 3:13

소야고보는 야고보서를 통해 말씀을 실천하라고 권고합니다. 야고보는 바오로와 마찬가지로 아브라함의 예를 들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데, 아브라함이 믿음으로 의롭게 되었다고 설명하는 바오로와는 달리 아브라함이 실천으로 의롭게 되었다고 설파합니다. 곧, 아브라함이 믿음을 통해 하느님의 벗으로 불리게 되었지만, 그것만으로 의롭게 된 것이 아니라, 자기 아들 이사악을 제물로 바쳤기 때문에, 다시 말해 하느님의 뜻을 실천했기 때문에 의롭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오직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신념을 가졌던 루터는 종교개혁 당시 믿음이 아닌 실천을 강조하는 야고보 서간을 두고 ‘지푸라기 서간’이라 불렀습니다. 개신교의 분리로 인한 서방 교회에 분열을 가져오기 전까지 이 서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었던 그는, 개혁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면서 입장을 바꿔 야고보서의 정경성을 의심하며 정경에서 제외하길 원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신앙보다는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책의 내용이 루터의 신학과 맞지 않았을 뿐더러, 그의 판단에는 그리스도에 대한 가르침이 충분치 않고, 그분의 고통과 부활, 성령을 보내심과 같은 신약의 주요 주제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야고보서를 평가 절하했던 일화는 두고두고 회자되기도 합니다. 가톨릭 교회는 이에 반발하여 트렌트 공의회를 통해 야고보서 뿐 아니라 성경의 현행 정경목록을 공식적으로 확정하게 됩니다. 루터교 역시 17세기 이후로는 야고보서를 정경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전승에 의하면 야고보는 예수님의 승천이후, 시리아에 가서 전도를 하여 시리아 교회를 세우게 됩니다. 그런 이후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전도를 하다가 서기 62년경 대사제 아나노스의 판결을 받아 순교했다고 전합니다. 유다인들중에는 야고보를 존경하며 그에게 ‘정의의 야고보’라는 이름까지 지어 주기도 하였으나, 그의 설교가 군중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요세푸스는 예루살렘의 주교였던 야고보와 알패오의 아들을 동일시 하면서 야고보 사도가 돌에 맞아 순교했다고 전합니다. 그런데 유다인들이 돌을 들어 쳤는데도 야고보의 목숨이 쉽게 끊어지지 않자 그들은 톱을 가지고 야고보를 켰다고 합니다. 또 다른 전승에서는 야고보가 성전 꼭대기에서 내던져졌는데 그래도 죽지 않자 몽둥이에 맞아 순교했다고 전합니다. 순교할 당시 야고보는 “저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하오니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라고 기도했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로마에 열두 사도 대성전을 봉헌 할 때 제대 밑에 필립보 성인과 야고보 성인의 유해를 함께 모셨다는 전승에 따라 두 사도의 축일을 5월 3일에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야고보는 마전장이들과 모자 제조업자들의 수호성인으로 공경 받고 있습니다.

소야고보사도는 그의 앞에 붙여진 ‘작다’라는 수식어와 어울릴 둣 어울리지 않듯 살아간 사도입니다. 대야고보와 구별하기 위해 붙여진 ‘소야고보’를 역사가  요세푸스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한때 훌륭한 애국자였다. 그러나 그는 후일 매우 훌륭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그는 금욕적인 자기 수양에 누구보다도 힘쎴던 제자였다. 열 두 제자 중에서 가장 기도를 많이 한 제자가 소야고보였다. 제자들이 서로 떠들고 나서고 할 때에도 야고보는 구석에서 항상 기도해서 그의 무릎이 굽어졌기 때문에 그는 낙타 무릎이라고 불려졌다.” 열 두 제자가운데 가장 외모가 출중했다고 전해지는 야고보에 대해 요세푸스는 이렇게 덧붙이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 중에서 가장 예수님을 닮은 제자가 바로 소야고보였다”

 야고보는 지혜에서 오는 온유한 마음을 가지고 착하게 살아 자기의 실천을 보여 주었던 사도였습니다. 그는 드러내기 보다 작은 것을 택했으나 큰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는 지혜로운 주교였고 하느님과 소통하며 기도의 중요성을 말없이 보여준 사도였습니다. 예수님을 가장 많이 닮은 사도답게 순교당시 하느님께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들을 용서해달라고 청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십자가상에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과 닮아 있습니다 

주님, ‘작은 자’이면서 ‘큰 자’로 살아갔던 야고보사도의 기도하는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그의 굽어진 무릎도 상상해 봅니다. 그리고 무릎 꿇어 기도한 흔적을 찾을 수 없는 허약한 저의 무릎을 바라봅니다.

주님, 지혜롭고 온유하며 선함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은 야고보사도를 닮기 위해 무릎 꿇어 기도하며 당신을 만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