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CNS】이탈리아에서 때아닌 천국과 지옥 논쟁이 벌어지자 교황 요
한 바오로 2세와 이탈리아의 권위있는 주간지
‘시빌타 가톨리카’가 명쾌한
답변과 교회 가르침을 제시했다.
이 논쟁은 한 법철학 교수가 시사잡지에 “지옥은 이탈리아의 헌
법을 포함한 모든 현대법률의 원칙에 위배되는 엄청난 불의(不義)”라는 내용의
글을 기고하면서 촉발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교황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온 지난달 21일 일반 알현에서
“천국은 추상적 개념이나 구름 위의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성삼위(聖三位)와
하나되는 인격적 관계이며, 현세에서도 성찬례와 자선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체
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수회가 발행하는 시빌타 가톨리카도 “지옥은 하느님을 상실한 인간이 고
통받는 상태이며, 하느님을 부정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최종 결과”라
고 보도했다. 다음은 교황의 메시지와 시빌타 가톨리카의 보도 내용 요약.
▲ 교황의 ‘천국’ 메시지〓천국은 장소의 개념이 아니라 지상에서도 부분
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하느님과의 궁극적인 관계개념이다. 하느님의 사랑에 자
신을 온전히 의탁한 사람은 죽는 순간에 하느님과의
완전한 일치를 체험하게
된다. 이는 인간 존재의 목표이기도 하다.
또 현세에서 하느님을 받아들여 성체성사에 참여하고, 이웃에 헌신적인 사랑
을 베푸는 사람은 하느님과의 완전한 일치 안에서 평화와 행복의 절정을 일부
나마 경험(천국 체험)할 수 있다. 천국이 하늘에
있는 특정공간이라는 생각은
하느님과 인간의 거처를 대조하는 은유적 성서 언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약성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믿는 사람은 모두 천국시민”
이라며 우리가 그분을 통해 천국에 들어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의 언
어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천국과 같은 궁극적인 실재를 묘사할 때는 항상 조심
해야 한다.
▲‘시빌타 가톨리카’의 ‘지옥’에 관한 사설〓지옥은 실제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영원하며, 하느님을 멀리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최종결과다. 하
지만 하느님을 상실한 인간이 고통받는 ‘상태’, 즉 ‘존재의 방식’을 뜻하는
것이지 장소의 개념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은 구원이 필요한 모든 이에게 은총을 내려주는 분이시지 결코 인간
을 벌하거나 가혹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 은총을 거부하고 하느님의 구원의지를
부정해 지옥에 가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의 자유의지에 달려있다. 우리는
흔히
뜨거운 불로 지옥을 묘사하는데 이는 극한 고통을 상징하는 것이지 일상생활에
서 경험하는 불이 아니다.
그리스도교 사상가들은 무한한 사랑의 하느님과 고통의 지옥이 공존하는 것
을 설명하느라 곤혹스러워 한다. 하지만 인간을 지옥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하느
님이 아니라 인간 자신이 스스로 그런 결과를 택한 것임을 알면 대답은 분명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