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시기를 시작하면서
마르 13, 33-37
2014년 11월 30일 일요일
오늘 우리 교회는 대림 제1주일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전례주년(전례력)을 시작하합니다. 교회의 달력을 의미하는 전례주년은 일년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 부활과 승천 그리고 성령강림이라는 일련의 사건들을 역사적으로 시간 순서에 맞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회는 성탄 전 네째 주일부터 대림절을 지냅니다. 대림절은 이천년 전 예수님께서 친히 이 세상에 오신 것을 기념할 뿐 아니라 장차 이 세상 마칠 때에 영광 중에 오실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시간과 인간이 생각하는 시간이 다름을 우리는 잘 압니다. 동시에 하느님의 생각과 우리의 생각이 다름을 역시 잘 압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방법과 우리가 우리를 사랑하는 방법이 다름을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분별이 필요함은 바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 세상 속에 현존하는 하느님의 뜻을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한 것입니다.
끝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이 끝이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사이에는 지금을 살아가는 태도가,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이 너무나 다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시간이 어떤 사람에게는 심판과 처벌의 시간으로 어떤 사람에게는 구원을 기다리는 기쁨과 희망의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종말론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하루를 천년같이 천년을 하루같이 살아갑니다. 우리의 시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의 시간으로 살아갑니다.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을 넘어 하느님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기다리면서 예수님께서 오신 그곳을 바라보는 우리입니다. 예수님 안에 현존하고 있는 하늘나라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성탄은 바로 우리에게 이 세상에서 하늘나라를 살게 합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우리가 이 땅에서 하늘나라를 살게해 줍니다. 하늘나라에서 살기 위해서 우리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가장 좋은 준비가 바로 ‘돌아감’입니다. 오시는 주님을 ‘깨어서 기다리는 것’입니다.
철학자인 파스칼은 그의 팡세에서 “인간은 천사도 아니거니와 짐승도 아니다. 그러나 불행한 것은 인간들은 천사처럼 살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짐승처럼 행동하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인간은 누구나 좋은 의도를 갖고 있지만 삶의 현장에 들어오면 그 좋은의도가 바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회개가 필요한 것입니다.
희브리어에서 회개에 대해서 대표적으로 ‘나함’이라는 말과 ‘슈브’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함'은 '뉘우친다' '슬퍼한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슈브'는 '돌아간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을 종합하면 회개란 후회와 뉘우침만은 회개가 아닙니다. 한평생 가슴을 치고 운다고 해서 그것이 회개가 아닙니다. 죄를 끊는 행동이 동반되어야 됩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향해서 나아가야 합니다. 이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회개가 있어야 합니다.
은혜의 시기인 대림절을 맞이하면서 우리 공동체원 모두가 주님의 탄생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아기 예수의 탄생과 함께 나도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주님의 은총과 사랑을 더욱 깊이 체험하는 시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