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봉헌 축일 미사
루카 2장 22-40
오늘은 주님 봉헌 축일입니다. 이날에 성모님께서 성전에서 주님을 봉헌하는 것을 통해서 우리는 ‘봉헌’의 참된 의미를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교회는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지 40일 째 되는 날에 주님의 공현을 마감하는 봉헌 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 축일은 성모님께서 모세의 율법대로 정결례를 치르시고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서 하느님께 봉헌하신 것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를 되새기면서 ‘봉헌’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성전에서 봉헌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 주님의 봉헌 축일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봉헌생활을 하고 있는 수도자들을 위해서 ‘봉헌 생활의 날’로 제정하시고 특별히 이날 보편교회는 수도생활을 하고 있는 수도자들과 수도성소를 위해서 기도하도록 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을 메시아로 알아보는 두 사람을 볼 수가 있습니다. 시메온이라는 사람과 여 예언자인 한나라는 사람입니다. 복음서는 시메온을 독실하고 의로운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이 사람은 이스라엘의 위로의 때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은 성령께서 자신이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또 한 사람은 예언자인 한나라는 사람입니다. 나이가 매우 많은 여자인데 결혼하여 7년을 살다가 남편이 죽고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고 합니다. 그녀는 말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고 합니다.
이 두사람에 대한 소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들은 주님 안에서 자신을 봉헌하며 살아갔던 사람들 입니다. 이러한 봉헌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예수님을 알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자신을 주님께 봉헌하고 살아간다는 의미가 바로 주님의 뜻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내가 주님의 사람으로 살아간다고 다짐하는 의미로 우리는 십일조를 합니다. 그리고 미사 때 헌금도 바치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성전에서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을 통해서 앞으로 예수님의 삶이 어떠할 것인가를 유추할 수 가 있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예수의 봉헌 축일을 지내면서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일반적인 봉헌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마리아의 품에 안겨 성전에 봉헌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전 생애를 하느님 나라와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봉헌하셨습니다. 바로 이것이 ‘봉헌’의 참 의미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서 자신의 전 삶을 내어 놓은 삶, 즉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이 아닌 하느님께서 나의 주인이 되는 삶에로 자신을 내어 놓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봉헌의 절정이 바로 십자가이며 이 봉헌의 열매가 바로 부활인 것입니다.
초는 자신을 태우면서 주변을 밝혀 줍니다. 오늘 우리가 봉헌하는 초는 세상의 어둠을 밝혀주는 빛으로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뜻하기도 하고 동시에 신앙인으로서 우리 그리스도인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마치 한 자루의 촛불이 자신을 태워서 어둠을 밝히듯, 우리의 삶도 그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이기적인 삶이 아니라 나 자신을 불태워서 어둠 속을 헤매는 나의 이웃과 형제들에게 참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삶이 바로 하느님께 봉헌하는 삶을 사는 것임을 알려줍니다.
주님께서 성전에 봉헌되신 이날 우리 역시 이 참 봉헌이 바로 나의 봉헌이 되는 삶이 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