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17) 성 폴리카르포 주교 ①
만인에게 모범이 된 위대한 순교자
사도 요한의 제자로 주님 성덕 가르친 우수한 교사
몸과 마음 주님께 의탁 순교하는 날까지 덕행 실천
불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뜨거움이 강하다. 불과 같은 신앙을 가진 사도들을 곁에서 모신 제자들도 누구보다도 뜨거운 신앙을 지니고 있었다. 성 요한 사도의 제자, 성 폴리카르포 주교 순교자(축일 2월 23일)도 은사의 이름을 부끄럽게 하지 않은 신앙의 용사였다.성 폴리카르포의 제자인 성 이레네오는 리옹의 주교가 된 후 저술한 은사추상기(恩師追想記)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소년시절 소아시아에 있으면서 성 폴리카르포 선생의 슬하에서 배운 일이 있다. 나는 지금도 선생께서 앉아계시던 곳, 그 가르치는 모습이나 가르치는 말씀, 그 걸어 다니던 모습이나 용모 등을 뚜렷이 기억한다. 그리고 선생께서 성 요한과 기타 주님을 친히 뵌 이들과 교제하던 말씀이나 주님에 대해서 즉 주님의 성덕, 그의 가르치심에 대해 그러한 사람들한테 전해들은 이야기 등은 아직 나의 귀에 여전히 남아있다.” 이외에도 폴리카르포의 행적에 대해서는 안티오키아의 주교 성 이냐시오가 죽기 직전 그에게 보내 완덕을 칭찬한 이별의 편지에서, 또 스미르나 그리스도교 신자의 순교록에서 자세히 찾을 수 있다.서산에 넘어가려고 하는 태양은 한 번 더 밝게 세상을 비추고 그 여광으로 만상을 아름답게 한다. 이와 같이 성 폴리카르포는 순교를 당하는 날 자기 덕행을 발해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156년 2월말 스미르나에서 12명의 신자가 체포됐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한 백성들이 “폴리카르포도 같이 죽여라”하고 외치자 법관은 즉시 병사들을 보내어 폴리카르포를 끌어오도록 했다.병사들이 폴리카르포의 집으로 들이닥쳤다. 폴리카르포는 순교할 준비를 위해 기도가 하고 싶으니 여유를 달라고 했다. 백부장은 기도를 올리는 폴리카르포의 존엄한 용모를 보고 “이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신과 같은 사람”이라며 감동해, 결국 체포를 다음날 아침으로 연기했다. 성인은 그날 밤을 하느님께의 헌신을 맹세하는 기도로 지새웠다. 이튿날 아침 폴리카르포가 법관 앞에 끌려갔다. “예수 그리스도를 저주하고 신성한 황제폐하를 조배하라! 그렇게 하면 석방해 줄 것이다.”하지만 폴리카르포는 고개를 저었다. “주님께서는 무엇 하나 나에게 불의를 가르치신 일이 없고 도리어 많은 은혜를 내려 주셨습니다. 이와 같은 대 은인이신 주님을 어떻게 저주할 수가 있겠습니까!”사형이 선고됐다. 군중들이 장작을 날라 산더미처럼 쌓았다. 폴리카르포는 의복을 벗고 스스로 그 위에 올라갔다. “화형(火刑)이라는 반가운 순교의 은혜를 주신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이 고통을 참을 수 있는 힘까지 주실 것입니다.”불은 거세게 타올랐다. 폴리카르포는 기도했다.“전능하신 하느님, 사랑하고 찬미하올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자신을 계시(啓示)하신 성부여 나로 하여금 순교자의 반열에 들게 하시고 성자의 수난의 잔을 같이 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이날 이때를 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진심으로 당신을 찬미합니다.”이미 몸과 마음을 주님의 품에 모두 의탁했기에 그의 마음은 평안했다. 이때 화염이 성인의 몸을 피해 좌우로 갈라져 오히려 후광과 같이 아름답게 그의 몸을 장식했다.뜻밖의 현상에 놀란 법관이 병졸에게 시켜 폴리카르포의 가슴을 창으로 찌르도록 했다. 폴리카르포는 그렇게 자신의 영혼을 하느님께 맡겼다.신자들이 폴리카르포의 유해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유대인들이 법관을 통해 총독에게 “그리스도교의 신자들이 폴리카르포를 제2의 그리스도로 공경하지 않게 하기 위해 시체를 태워주시오”라고 외뢰했다. 이에 총독은 폴리카르포의 시신을 다시 태우게 했다.초세기에 기록된 폴리카르포 순교록의 마지막 부분에 다음과 같은 찬사가 기록되어 있다.“그는 우수한 교사였을 뿐 아니라 만인에게 모범이 된 위대한 순교자였다. 그는 고통을 감수 인내해 재판관을 이기고 불멸의 화관을 획득해, 지금은 사도들과 모든 성인들과 더불어 하느님을 찬미하고, 전능하신 성부의 영광을 노래하며 우리 영혼의 구세주이시고 지도자이시며 전 세계 교회의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찬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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