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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2-23 15:19
   어느 선생님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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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kchung6767
    조회 :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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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들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글입니다. 아마도 10여년 전에 신문에 기고했던 사제일기 중의 한 글일 것입니다.

어느날 사목회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신부님 새로 구성된 사목위원들의 첫 번째 사목회의를 사제관에서 하기로 하였는데 어떠신지요 하고 묻는 전화였습니다. 앞으로 2주 앞으로 다가온 사목회의를 사제관에서 하시겠다기에 지저분한 사제관을 공개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있기에 그렇게 하시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항상 자신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살아가야 함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게으름과 나태함이 이를 가로 막습니다. 지저분하게 널어진 잡다한 것들을 바라보면서 언제 이들을 다 정리할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왕 사제관을 내어 놓기로 작정을 한 이상 이런 기회를 통해서 사제관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어쩔 수 없이 갖게 됨을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몇 일간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하고 궁리를 하다가 마침내 어느날 결단을 내리고 이 방 저 방, 이 서랍 저 서랍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서랍을 정리하다가  약 7년 전의 편지 한 통을 발견했습니다. “편지 받기만 좋아하고, 어디갈 때 연락도 없이 가는 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신부님 보시요.” 하고 시작하는 편지였습니다. 글씨체가 너무 눈에 익어서 그 편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본인이 한국의 모 고등학교에서 실습을 할 당시 교무실에서 바로 옆자 리에서 함께 근무했던 미술 선생님의 편지였습니다. 당시에 나이가 저와 비슷해서 참으로 친하게 지냈던 분이셨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수룩하게, 말도 어눌하게 하시는 분이셨지만 자신의 분야에서는 참으로 실력을 갖추고 계셨고 순수하신 분이셨습니다. 수도자보다 더 수도자 다운 분이셨다고 말씀을 드릴 수도 있었던 분이셨습니다. 지금은 어느 곳에서 어떻게 지내시는 지 연락이 끊겨서 잘 모르지만 항상 잘 지내셨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처럼 선생님과 저는 참으로 장난도 많이 쳤습니다. 빈 시간이 있으면 다른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서 함께 외출을 하곤 했습니다. 순수하셨던 분이셨기에 어떤 때에는 저의 농담도 진담으로 알아 듣는 경우도 많으셨고 그것이 재미가 있어서 더욱 진한 농담도 하기도 했었습니다. 결혼은 하시고 싶어 하셨지만 예전에 열렬하게 사랑하시던 자매님에 대한 기억이 새로운 시작을 막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가톨릭 학교에 근무하시면서 세례를 받으시고 신앙 생활을 시작하셨지만 가톨릭 신자라기 보다는 불교 쪽에 더 가까운 분이셨습니다. 서먹서먹하고 익숙지 않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이셨습니다.
1년 동안 참으로 깊은 정이 들었던 친구이기도 했었습니다. 정이 많으셨던 그분은 제가  학교를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서 많이 슬퍼하셨습니다. 만나서 서로 자신의 감정을 꾸밈없이 나누고 받아 들이다 보니 정도 깊이 들었습니다. 너무 순수하셨기에 친구를 잘 사귀지는 못하셨지만 한 번 사귀면 친구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놓으셨던 분이셨습니다. 
본인이 로마로 소식 없이 유학을 떠난 뒤에 그분도 홀연히 스페인으로 유학을 가셨습니다. 우연히 몇 년 후에 이냐시오 성인의 성지를 순례하던 도중에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만났습니다. 참으로 기뻤습니다. 소식도 없이 떠난 저를 투정하듯이 야단치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 이후로 저는 미국을 오게 되었었는 데 그 사실을 모르고 계시던 선생님께서는 멕시코로 가셨었나 봅니다. 우연히 그곳에서 신문을 통해서 저를 알게 되었고 연락을 하기 위해서 사방으로 알아보다가 위의 편지를 써신 것이었습니다.
받는 것에 익숙했던 저는 선생님의 표현대로 참으로 받기만 좋아하고 어디 갈 때 연락도 없이 떠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신부인지도 모릅니다.  다음의 표현이 더욱 가관입니다. “웃지 마세요! 다 알고 있습니다.” 그분은 제가 어떠한 표정으로 편지를 읽고 있을지 다 알고 계셨나 봅니다. 비록 함께 했었던 기간은 일년 남짓 되었었지만 만남의 깊이는 어느 누구 보다도 깊었던 친구입니다. 갑자기 그 친구가 보고 싶어집니다. 언젠가 한국을 가게 되면 꼭 만나서 술잔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
이제 만나게 되면 선생님께서 저에게 주셨던 그 사랑을 갚아야겠습니다. 그 만남을 기대하면서 선생님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항상 위 때문에 고생하시던 선생님께서 건강하셨으면 하는 바램 간절합니다. 하느님께 청합니다. 주님, 그분을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주님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대림 시기에 선생님과의 만남을 간절히 기대하도록 하게 한 그 편지를 통해서 다시금 주님을 영접할 준비에 좀 더 진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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