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기-9  

밤늦게 우중에 몽세랏트의 분도회에서 운영하는 호텔에 도착한 순례단은 어둠 속에서 주변의 경치를 감상할 여유도 없이 피곤한 몸으로 저녁을 먹고 곧 바로 침대에 들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수사님들의 아침기도에 참석하기 위해서 성당으로 갔습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성당의 문은 잠겨 있었습니다. 맑은 공기가 맑은 정신을 갖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호텔 앞마당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경치와 위로 쳐다보는 경치는 참으로 장관이었읍니다. 한국의 설악산의 돌산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았읍니다.

우리가  이곳에 올때는 어두워서 어떠한 길을 왔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지금 앞 마당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올라오는데 순례단의 기사인 후안이 참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다는 생각이 저절도 들 정도로 좁고 위험한 엄청난 커브길을 올라왔음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옛날에 어떻게 이런 높은 산까지 올라와서 수도원을 짓고 수도생활을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때는 그것이 바로 신앙의 신비이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수사님들과 함께하는 아침기도는 순례단에게는 수도생활의 한 단편을 깨닫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읍니다. 40여명의 분도회 수사님들의 그레고리안 음악과 어느 수사님이 연주하시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는 천상의 소리와 같았읍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바치는 아침기도는 참가하는 그 자체로 저절로 기도가 되는 것 같았읍니다. 특히 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순례단은 이 성당에 검은 성모님이 모셔진 소성당에서 미사를 봉헌 하였읍니다.

몽세라트의 분도회와 이곳 순례 성모성당에 모셔진 검은 성모님 그리고 저희들이 다음에 방문할 만레사 그리고 파리의 몽마르뜨는  예수회원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곳이기에 이곳들을 개별적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총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예수회의 창립자이신 이냐시오 성인에 대해서 간단하게 살펴보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 같아서 이냐시오 성인에 대해서 잠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 이냐시오 성인에 대한 인물소개는 지금은 기억을 못하지만 어떤 분이 인터넷에 올렸던 자료를 기본으로 하여 약간의 편집을 한 것임을 밝혀 둡니다.

이니고 로페즈 데 로욜라로 알려진 이냐시오 성인은 스페인의 명문 귀족이었던 바스크 가문에서 11남매 가운데 막내로 태어나셨습니다.  당시 16세기의 유럽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무척 혼란했고 교회 역시 이러한 와중에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었기에 교회 내에서도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쇄신이 필요한 싯점에 와 있었읍니다.

26살 때까지 성인은 세속적인 허영에 몰두했고, 또 허무한 열망을 가지고 세상의 명예를 얻으려고 노력하였읍니다. 그러던 중에 당시 나바르라 태수인 나헤라 공작의 군대에 입대하게 되었읍니다.  이 지역은 프랑스의 침공에 위협을 받고 있었으며, 1521년에 프랑스 군대가 스페인 국경선을 넘어 빰쁠로나로 침입해 들어 오자, 그는 성(城)을 사수하기 위하여 공격해 오는 프랑스 군대에 맞서 싸우다가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었읍니다. 그의 용감함에 탄복한 프랑스 군인들은 이냐시오를 자신의 고향 로욜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읍니다.

고향으로 후송되어 온 이냐시오는 자신의 상처가 차츰 회복 되어가자  평소에 즐겨 읽던 무협소설을 읽기를 원했으나 이러한 소설을 구할 수가 없어서 어쩔수 없이 당시에 많이 읽혀지던 두 권의 영성 서적, 곧 '성인열전'과 '그리스도의 생애'를 읽게 되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