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및기고 > 매일말씀묵상

인간은 누구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기를 좋아합니다. 이를 다른 말로 이야기 하면 언제나 타인으로부터‘인기’가 있는 존재이기를 원하는 존재 즉 ‘스타’에 대한 잠재적인 갈망이 있는 존재라고도 말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어느날 한 자매님이 저에게 ‘신부님은 인기는 좋은데 인기관리를 못해서 큰 일입니다.’ 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듣는 그 순간에는 웃으면서 넘겼지만 이 말이 계속해서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이야기를 해주시는 그분의 참된 의도가 무엇일까 하고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현재의 본당의 상황을 그려보면서 그분이 하신 말씀의 참 뜻을 파악하려고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나름대로 그 이유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깨달음이 있은 후

본인 역시 인기에 연연하며 살아가는가? 하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신부는 연예인도 아닌데 , 인기가 좋다고 해서 연봉이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등등의 생각을 하다가 사제가 인기에 연연하기 시작하면 사제로서의 참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사제직도 잘 수행하면서 인기도 좋다면 참으로 이상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원래 인기란 대중의 심리에 영합하지 않으면 생겨나지 않는 법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대중이 가려워 하는 것을 끍어 주는 사제상을 그려보면서 아찔한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본당사목을 하다 보면 본당신부를 좋아하는 신자들도 있고 비판하는 신자들도 있게 마련입니다. 모든 신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신부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인기에 연연하다보면 사목의 방향자체가 틀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참된 정치인들은 당대의 인기에 연연하는 소극적인 정책을 펴기보다는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고 하는 대승적인 정책을 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사제란 인기에 영합하는 사제가 아니라 바로 최종적으로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사제입니다. 비록 지금은 비판과 어려움의 직면할 수 있더라도 하느님 때문에 이를 묵묵히 감수하는 신부일 것입니다.

사제로서의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했을 때 그 사제상의 모범은 예수님이었습니다. 그분의 삶을 항상 그려보면서 사제직을 수행하려고 다짐하며 살아왔었습니다. 하지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하느님 때문에 고통과 수모, 아픔과 가난함을 선택하기보다는 편안함과 명예와 부유함을 무분별하게 선택해왔던 시간들이었기에 그 자매님의 말씀이 오랫동안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을 제대로 되돌아 볼 여유조차 갖지 못하고 살아가던 저에게 그분의 말씀은 이제 본인의 신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고 반성하며 앞으로의 삶을 새롭게 계획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것 같습니다. 자신을 통해서 하느님이 드러나셔야 하는데 어쩌면 하느님을 이용해서 나를 드러낼려고 했던 사이비 신부의 모습을 깨우쳐 주시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주님! 다시 한번 당신의 크신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일에 파묻혀 살면서도 언제나 당신의 부르심에 귀기울이며 살아갈 수 있는 여유를 갖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