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빛나는 인물들] 성녀 아가타(아가다) (1)
아가타 성녀는 로마 황제 데치우스(249-251년)가 일으킨 교회박해 때 순교한 동정순교자로 축일은 2월 5일이다.
‘아가타’라는 이름은 ‘착하고 어질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이름이다.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에 따르면, 아가타는 시칠리아섬의 부유하고 권세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일생을 하느님께 봉헌하기로 결심한 아가타는 남자들의 청혼을 모두 거절하였다. 권시아누스라는 집정관도 아가타에게 거절당한 사람 중의 하나인데, 그는 데치우스 황제가 일으킨 교회박해 때 아가타가 그리스도인임을 알고 아가타를 체포하여 끌어 오도록 하였다.
이때 아가타는 권시아누스의 앞에서 “예수 그리스도님, 모든 이의 주님이신 분! 당신은 제 마음을 아십니다. 당신은 저의 간절한 열망을 아십니다. 저의 모든 것을 가지소서. 저는 당신의 양입니다. 제가 악을 이기도록 하여 주소서”라고 기도를 바쳤다. 이에 분노한 권시아누스는 아가타의 굳은 신심과 의지를 꺾으려고 ‘아프로디사’라는 여자 포주가 운영하는 사창가로 보냈다. 그러나 아가타를 유혹하여 타락시키려던 이러한 시도마저 그녀의 굳건한 신앙을 이기지 못하였다.
그 후 아가타는 권시아누스에게 다시 불려가 심문을 당하였으나, 여전히 자신의 확고한 뜻을 굽히지 않아 감옥에 보내졌다. [2013년 11월 10일 연중 제32주일 청주주보 3면, 장인산 베르나르도 신부(문화동 본당 주임)]
[교회의 빛나는 인물들] 성녀 아가타(아가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가타가 계속해서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을 굽히지 않자, 권시아누스는 온갖 고문을 가하였다. 권시아누스는 이 모든 고통을 기쁨으로 견디어 내는 아가타를 보고 크게 격분하여 그녀의 젖가슴을 잘라내라는 잔인한 명령을 내렸다. 이에 아가타는 “잔인한 군주여, 내 몸을 이렇게 고문하고도 당신은 부끄럽지 않습니까? 당신은 여인인 어머니의 젖을 빨지 않았던가요?” 하고 질책하였다.
권시아누스 집정관은 그녀를 다시 감옥으로 돌려보내면서 어떠한 치료약이나 음식물도 주지 못하도록 하였으나, 아가타는 환시를 통해 하느님이 보낸 사도 베드로로부터 가슴의 상처를 기적적으로 치유받았다. 나흘 뒤에 아가타가 다 나은 것을 보고도 권시아누스는 또다시 그녀에게 고문을 가하고 감옥에 처넣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가타는 “주님, 저의 창조주시여, 당신은 제가 어릴 때부터 저를 언제나 보호해 주셨나이다. 당신은 세상의 사랑으로부터 저를 택하시고, 고통을 견딜 인내를 주셨습니다. 제 영혼을 받으소서”라는 마지막 기도를 바친 뒤 숨을 거두었다.
아가타가 순교한 뒤에 팔레르모와 카타나 지역에서 그녀를 성녀로 공경하는 관습이 생겨났고, 그 관습이 확산되었다. 530년경 카르타고 교회의 미사 경본에 아가타의 이름이 삽입되었으며, 5세기와 6세기의 [예로니모 순교록]과 고대 [카르타고 순교록]에는 2월 5일에 아가타가 순교한 것으로 수록되었다. 또한 교황 그레고리오 1세(590-604)에 의해 로마 미사 경본에도 수록되어 전체 교회에서 공경을 받게 되었다. [2013년 11월 17일 연중 제33주일(평신도주일) 청주주보 3면, 장인산 베르나르도 신부(문화동 본당 주임)]
[교회의 빛나는 인물들] 성녀 아가타(아가다) (3)
교황 그레고리오 1세는 팔레르모에 성 막시모와 성녀 아가타 수도원을 세웠으며, 지금의 카프리 섬에 있는 성 스테파노 수도원 성당에 아가타의 유해 일부를 안치하도록 명하였다. 한편 아가타 성녀의 유해 대부분은 카타나에 있었는데, 그 유해는 1040년 시칠리아에서 사라센인들을 몰아낸 그리스의 장군에 의해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졌다가 1127년에 다시 돌아왔다.
‘아가타를 매장한지 1년 후 에트나 산의 화산 폭발로 유황과 돌들이 분출하였을 때 그녀의 무덤에서 나온 베일이 마을 사람들을 위험에서 보호해 주었다’는 아가타의 유해와 관련된 기적 이야기가 이 지역에서 전해져 오고 있다. 이외에 1551년 투르크족이 말타 섬에 침략하였을 때, 아가타 성녀의 전구로 위기를 모면한 뒤부터, 이 섬의 수호성인으로 공경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성녀 아가타는 처녀, 양치는 여자, 종 만드는 사람, 유리 제조공, 광부, 알프스산 등반안내자, 간호사들의 수호성인이자, 불과 날씨의 수호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14세기부터 쟁반에 담긴 잘려진 젖가슴과 양초, 화염에 휩싸인 집들을 배경으로 한 아가타 성녀의 상본이 등장하였다. 남부 독일에서는 화재의 피해로부터 보호받기 위하여 성녀 아가타의 이름으로 빵, 양초, 편지 등을 축성하기도 한다. 아가타 성녀는 많은 신자들의 공경을 받는 대표적 성녀이다. [2013년 11월 24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성서주간) 청주주보 3면, 장인산 베르나르도 신부(문화동 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