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앙의 보물들]<1>성경을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상)- 홍승모 몬시뇰(인천가톨릭대 신학대학장)
성경 대할 때 학문, 영성, 실천적 측면 고려해야
신자들은 교회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살고 있다. 2000년 동안 이어온 교회는 가톨릭 신앙의 다양한 전례와 전승을 통해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삶에 풍성한 은총을 제공하고 있다. 그 은총은 교회의 보물인 전례와 전승의 참 의미를 깨달을 때 온전히 빛을 발할 수 있다. 교회의 전례와 전승을 신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하는 평화방송 TV 프로그램 '가톨릭 신앙의 보물들'을 연재한다.
▲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이 사용한 칠십인역 성경. 성경을 읽을 때는 시대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영성적 접근과 그 말씀을 실천에 옮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세 가지 기준
성경을 읽는 가톨릭 신앙의 고유한 관점에 대해 살펴보자.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에서는 성경에 영감을 주신 성령을 따라 성경 해석을 위해 세 가지 기준을 마련했다.
첫째, 성경 전체 내용과 단일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경을 구성하는 복음서가 아무리 다양해도 실제로 성경은 하느님 구원 계획의 단일성으로 하나다. 구약과 신약도 단일성을 갖고 있다. 모든 구원 계획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져 있는 것이다.
둘째, 전체 교회의 살아 있는 성전에 따라 성경을 읽어야 한다. 성경의 문서ㆍ기록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성경은 교회의 마음 안에 적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성경의 영적 해석을 내려주는 것은 성령이다. 성령에 대한 믿음을 갖고 성경을 읽어야 한다. 실제로 교회는 성전 안에 하느님 말씀의 생생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셋째, 신앙의 유비에 유의해서 성경을 읽어야 한다. 신앙의 유비는 신앙 진리 상호 간의 일관성과 계시의 전체 계획 안에 있는 신앙 진리의 일관성을 말한다. 신약은 구약에 감춰져 있으며 구약은 신약에서 드러난다. 보통 구약을 공부하다 보면 구약의 하느님은 정의로우신 분, 심판하시는 분, 두렵고 무서운 분으로 비치기도 한다. 이와 달리 신약의 그리스도는 사랑의 하느님으로 보인다. 하지만 같은 하느님이 구원하시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부활 이후 밝혀진 하느님 계획의 중심이며 심장이다. 구원 계획은 일관성이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세 가지 기준을 갖고 접근하면 올바로 성경을 해석하고 하느님 말씀을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성경을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
성경은 구약의 창세기에서 시작해 신약의 요한 묵시록으로 끝난다. 성경의 시작과 끝은 구원을 향한 보편적인 전망을 언급하고 있다. 창세기에서 죄 탓에 죽음이 세상에 들어온 것과 달리 요한 묵시록은 다시는 죽음도 울부짖음도 괴로움도 없는 새 땅 새 예루살렘을 언급하고 있다. 창세기에 사용된 어휘는 요한 묵시록에도 사용된다.
가톨릭교회 고유 모임인 세계 성서사도직 연맹회의가 2008년 개최됐다. 각국의 성서 모임 대표들이 5년 주기로 모여 회의를 한다. 2008년 회의 주제가 하느님 말씀에 관한 것이었다. 하느님 말씀이 교회 사명과 선교 사명에 어떻게 긍정적인 열매를 맺어야 하는지 실천적 측면을 강조했다.
이것은 교회 공동체가 하느님 말씀에 대한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이에 대한 신앙인의 관심 촉구가 이 시대 과제로 부각됐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하느님 말씀이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는 신앙인의 삶에 얼마나 뿌리 내리고 열매를 맺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이렇듯 성경을 바라보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서, 해석학적 관점에서 성경이 지니는 세 가지 중요한 관점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 성경 본문은 학문적 영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개인이 성경 구절을 읽으며 느끼는 것들이 성경 저자가 실제로 전하려는 것이었을까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학문적 접근으로 성경을 숙독하고 면밀하게 역사적ㆍ학문적 관점에서 성경 본문이 말하려는 것을 찾아야 한다. 본문이 내포한 하느님의 거룩한 계시를 교회 교도권의 가르침에 따라 학술적이고 역사적 검증으로 연구 검토해야 한다.
둘째, 성경 본문은 그 성경 본문을 읽는 독자 각자의 삶의 상황과 긴밀한 연관성을 지닌다. 독자와 무관한 과거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서 하느님 말씀의 심오한 의미를 재해석하고 시대와 함께 호흡하기 위해서는 영성적 접근이 필요하다. 학문적 영역이 충족하지 못하는 것은 신앙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오병이어'(빵 다섯 개와 물 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이신) 기적을 볼 때 꼭 학문적 영역으로만 접근해야 하는 건 아니다. 여기는 신앙의 믿음이 관련돼 있다.
마지막으로 성경 본문을 읽은 독자는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그 말씀을 온전히 전달하고 깨달은 의미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공동체 전례생활이나 일상생활에서 실현해야 한다.
신앙으로만 성경을 바라보면 성경 해석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가톨릭 신앙만의 고유한 방법들, 즉 이 세 가지 기준과 관점에 따라 성경을 읽고 해석한다면 우리는 신앙의 귀중한 것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