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론 삼부작
스힐벡스는 1967년에 신학 방법을 바꾸는데 그 이유는 세속화된 사회에 속하는 현대인들의 경험을 이해하고 이들과 대화를 통해 그들의 언어에 적합하게 신앙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당시 가톨릭 신학에 대두되기 시작한 해석학의 부족을 절감하고 이를 신학에 적용, 그리스도교 전통이 어떻게 변천됐는지를 보고 오늘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했다. 문화적 상황이 바뀌면 교회의 진리 또한 그 상황에 맞도록 표현돼야 하는데, 교회의 가르침이 독트린(doctrine)으로 고정화돼 상황에 따라 적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스힐벡스는 세속화가 교리를 무효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 새로운 상황에 맞는 신앙의 언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봤다. 그에게 신학은 두 개의 축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계시와 교회의 전통'이고 다른 축은 '인간의 경험'이다. 이 두 축을 연결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서만이 신학이 살아있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러한 노력을 그의 방대한 삼부작을 통해 잘 볼 수가 있다.
하느님 말씀은 인간이 말하는 하느님에 대한 말이다. 그래서 단순하게 성경이 하느님 말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느님 계시를 인간이 인간의 언어로 해석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이 하느님 말씀 전달의 매개체가 된다는 의미로, 하느님 계시는 다른 세계가 아닌 인간세계를 매개체로 한 경험을 통해 전달된다. 이는 하느님 계시가 역사라는 매개체를 통하지 않을 수 없고, 모든 신앙 경험은 일반적인 경험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의 이러한 신학적 관점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서 「하느님의 계시에 관한 교의 헌장」에 이미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그리스도교 메시지는 바로 예수를 근원으로 하기에 무엇보다 우리의 시선을 인간 예수께로 돌려 그분이 누구신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첫 작품 「예수 : 살아계신 분의 이야기」(1974)는 교의(dogma)를 통해서가 아닌, 인간 역사 안으로 오신 인간 나자렛 예수를 재발견하기 위해 복음에 나타난 그분의 삶을 가까이 살펴본 저서다. 또한 복음 메시지는 신앙 고백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제자들이 예수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분석한다. 역사 비판으로 그리스도교 역사 속에서 인간 예수와 그를 고백하는 신앙 공동체와 관계를 재발견한 것이다. 예수를 고백하는 신앙 공동체 없이는 역사의 예수는 없고, 또 예수께서 세상에 오신 사건 없이는 신앙 공동체가 있을 수 없음을 확인하며 성경과 신앙 공동체와 관계를 보여주려고 했다. 이로써 당시 신앙 공동체의 성경 메시지 접근과 역사적 상황을 무시한 채 학구적으로만 성경을 분석하는 성서학자들의 성경 접근과 엄청난 차이를 줄이고, 이를 연결하려 노력했다. 성서학자들은 교의적 문제를 멀리했고 교의신학자들은 현대 성서학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몰랐는데, 스힐벡스는 교의신학과 성서학을 연결하는 노력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