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들에게 아버지의 말씀을 주었는데, 세상은 이들을 미워하였습니다. 제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요한 17, 14)
겸손과 교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겸손이란 ‘믿음’으로 살아가지만 교만은 ‘지식’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겸손한 사람에게는 하느님이 보이지만 교만한 사람에게는 자신이 보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주님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교만한 사람은 주님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회개’란 바로 내 삶의 전환인 것입니다. 주님 밖에서 주님 안으로 들어오는 삶이 참 회개인 것입니다. ‘지식’에서 ‘믿음’의 삶으로의 전환인 것입니다. 현대사회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말합니다. 지식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는 강연과 강론 그리고 책이나 언론을 통해서 너무 많이 듣고 알고 있습니다. 이제 지식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실제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달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우리의 삶을 통해서 이웃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 달라는 말과 같습니다. 최근 나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봅니다. ‘나는 사제로서 제대로 살고 있는가?”하는 생각이 갑자기 듭니다. 반성과 후회와 아쉬움이 많은 시간들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사제로서 살아오면서 나의 정체성에 맞는 삶을 살아오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부족함이 많음을 깨닫습니다. 깨어있지 못함을 봅니다. 자신에게 너무나 많은 관용을 베풀고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본당의 신자분들이 가끔 저에게 ‘신부님, 우리 본당이 재정적으로 어렵고 신자들이 봉사직을 맡기를 싫어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성당에서 신자들이 그러한 마음을 갖게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하고 말씀들 하시면서 여건이 좋은 성당이나 교회들의 이야기들을 해주십니다. 뼈아픈 지적이지만 이유들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왜 우리 신자들이 변하지 않을까? 제가 믿음의 삶을 제대로 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나는 나름대로 신자들을 교육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신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신자들이 ‘예수님에 대해서, 말씀에 대해서 아는 것’에 대해서는 많이 가르쳐 왔지만 나의 이러한 가르침이나 삶을 통해서 그들이 예수님을 발견했을까 하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정작 변해야 하는 자신은 변하지 않고 상대방의 변함이 없슴을 탓하기만 했구나 하는 반성이었습니다. 나의 반성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나를 통해서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발견하는 가에 있습니다. 참된 믿음의 생활은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삶을 통해서 증거하는 삶입니다. 예수님을 증거하는 삶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 자신도 미워해야 하고 세상도 미워해야 살아갈 수 있는 삶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저는 이들에게 아버지의 말씀을 주었는데, 세상은 이들을 미워하였습니다. 제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요한 17, 14) 세상이 미워하는 이유는 바로 내가 세상을 보고 살아야 하는데 세상을 보지 않고 하느님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세상을 보지 않는 삶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삶을 말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을 보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보라고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미워하고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는 삶이 쉽지 않기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위해서 기도하시는 것입니다. 나의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계시는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것은 하느님도 아닌 내 자신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문을 열어드리는 일이 바로 예수님의 기도가 우리의 기도가 되게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문을 열면, 세상이 주는 미움도 내가 세상을 미워하는 것도 어떠한 두려움 없이 할 수 있습니다.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묵시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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