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여섯째날: 부다페스트를 향한 긴 여정
어제 일정이 촉박하여 방문하질 못했던 파우스티나 수녀님께서 생활하셨던 자비의 수녀원을 아침에 방문하였습니다. 원래의 계획은 잠시 들렀다 가는 것으로 하였으나 그것은 한 치 앞도 내다 보지 못하는 불완전한 인간의 순진한 생각이었습니다.
파우스티나 수녀님께서 21세기 최초의 성인으로 탄생하심을 기념하여 지어진 대성당과 경당, 학교 그리고 수녀원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역시 성인의 배출과 교황님의 방문등으로 인한 효과가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옴에 다시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녀님들의 떼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같은 친절한 안내가 굳어가는 우리의 마음을 다시 한번 주님안에서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특별히 우리 순례단을 위해서 영어로 파우스티나 수녀님의 일생과 그분의 영성에 대해서 잔잔한 미소와 함께 설명하시던 살바트리체 수녀님의 모습은 흔히들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수녀님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본인은 이곳에 오기전까지 파우스티나 수녀님에 대해서는 어떠한 분인지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사시고 주님의 품에 안겼던 그 역사의 현장에서 그분의 숨결을 당신의 후배 수녀님들을 통해서 들으면서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가면 그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알아 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살바트리체 수녀님의 설명에 의하면, 수녀님께서는 어린 나이에 수녀원에 입회해서 13년 간의 수도생활을 마지막으로 그녀의 나이 33살에 하느님의 품에 안기신 분이셨습니다. 그분은 일생을 통해서 단지 3년 동안만 정규교육 과정을 받았으며 나머지의 전 기간은 가족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서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가정부의 생활을 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가슴 깊은 곳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어느날 그녀가 친구들과 어울려 함께 동네의 술집에 춤을 추러 갔다가 춤을 추고 있는 그녀 앞에 나타나신 예수님께서 그녀에게 지금도 그녀를 기다리고 계시다는 것을 알려 주셨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그녀는 수녀원에 입회할 것을 결심하면서 수도생활을 위해서 친구들과 가족들을 뒤로하고 수녀원에 입회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삶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의미 있는 곳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순례단의 바람이고 본인 또한 그러한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원래는 저녁에 부다페스트에 도착하면 미사를 봉헌할려고 했던 일정을 바꾸어서 대 성당 안에 있는 소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많은 신부들과 신자들이 수시로 있는 미사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폴란드는 여전히 가톨릭 신앙을 일상 생활의 한 부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국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은 성모님과 파우스티나 성녀의 성지를 방문하는 글을 정리하는 시기에 교황님께서 주님이 품에 안기셨습니다. 뒤에서도 언급을 하겠지만 로마 방문을 할 당시에 교황님의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그분께서 오래 사시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도 그분께서 영면하셨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목자를 주님께 보낸 양들은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요한 바울로 2세 교황님 생전에 저희들이 교황님께서 교구장으로 지내셨던 크라코우 지방을 방문하면서 그분의 체취를 강하게 접할 수 있었던 것과 21세기 최초의 성인이 되신 파우스티나 수녀님의 성지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순례단에게는 큰 축복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큰 별이셨던 그분이 이제 당신의 지상에서의 모든 일을 끝내시고 주님의 품에 안기시던 날 종교와 인종의 벽을 넘어서 모든 사람들이 슬퍼했습니다. 동시에 이분이 주님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분에 대해서 언론과 교회에서 너무나 많은 일화와 일생에 대한 보도를 했기에 이곳에서 반복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되싶고픈 말씀은 당신이 임종하시기 전에 저희들에게 남겨 주셨던“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들도 행복하기를 빕니다.”고 하신 말씀입니다.
당신의 전 삶을 세상의 평화와 일치와 화해를 위해서 내어 놓으셨던 분이셨기에 참으로 전 인류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셨던 분이셨습니다. 그분은 우리의 기억 속에 가장 위대한 교황님들 중의 한분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 모두는 그분께서 우리에게 당부하셨던 말씀과 같이 참으로 주님 안에서 행복한 삶을 살도록 최선을 다해야 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파우스티나 수녀님께서 계셨던 자비의 수녀회를 방문한 후에 우리는 거의 7시간의 버스여행을 하면서 부다페스트로 향했습니다. 부다페스트로 향하는 동안 율리아노 형제와 본인은 만약에 우리가 넘어가는 슬로바키아의 산길이 눈으로 인해서 우리의 여정에 차질을 주지는 않을까 하고 많은 걱정하였지만 저녁 8시경에 아무런 어려움 없이 부다페스트에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머무르게 되는 노보텔에 여장을 풀고 저녁을 먹기위해 호텔 건너편의 식당으로 갔습니다. 우리가 머무는 호텔도 좋은 곳이었지만 저녁을 먹는 식당 또한 바쁜 여정에 지친 순례단이 조금이나마 피곤을 들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식당이었습니다. 피곤함도 잊은 채 순례단은 즐겁게 농담을 하면서 맛있게 저녁을 하고 호텔로 돌아와 내일의 여정을 위해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