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습니다.
2014년 8월 17일
처음 유학생들 몇명을 중심으로 시작했던 저희 공동체가 금년에 설립 20주년을 맞이 했습니다. 이제 소년기를 거치고 청년기에 젊어 들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당시의 모습은 모르지만 그 당시와 지금의 모습 사이의 간극 속에 현존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땀과 정성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깊이 느껴 보려고 노력합니다.
현재는 과거라는 자양분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지금 이 순간 언덕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듯이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 보는 기회를 갖습니다. 특히
본인이 이곳에 부임한 이후의 모습에 중점을 두고서 바라봅니다. 참으로 부끄러웠던 순간들이 많습니다.
본인의 부족함과 공동체원들의 부족함에서 연유하는 어려움과 아픔의 시간들 또한 많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던 순간들이었는데 지금은 그 순간들을 바라보면서 뿌듯한 미소를 띌 수가 있는 여유도 갖습니다.
매 순간 순간마다 자신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발버둥 쳤을 때는 모든 일이 잘 풀려도 두려움과 불안이 밀려오곤 하였습니다.
주님께서 주인이 되시는 삶을 살아간다면 내외적으로 아무리 큰 어려움에 직면하여도 기뻐하면서 감사드릴 수 있는 것인데 이러한
간단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아니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청년기에 접어든 우리 공동체는 몰라서 잘못을 저지르던 소년기를 뒤로하고 이제는 과도한 열정과 창의력과
추진력이 실수를 저지르게될 청년기에 접어들었습니다. 특히 그리스도인 청년은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이 주님 안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은 실패할 특권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청년 그리스도인은 주님을 향해서 나아가는
길에서 실패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해야 할 것입니다. 언제나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 부족함을 채워달라고
하느님께 청할 수 있는 무한한 권리를 잘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청할 줄 아는
과감한 용기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청년의 모습이 우리 공동체의 모습이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봅니다.
지난날의 아픔과 어려웠던 시절의 우리를 되돌아 보면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데 너무나 인색하였습니다. 주님이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자신이 높아지기위해서 상대나 이웃을 낮아지게 하였습니다. 자신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타인의 들보는 너무나도 자세하게 보며, 이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공동체 안에서 자신을 지지할 그룹을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없다.”는 어느 글의 제목이 참으로 우리 공동체원들 모두에게 아쉬웠던 화두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부족했던 소년기의 흔적들은 청년기에 접어들면서 우리의 믿음과 신앙 생활 안에서
깨끗이 씻겨져 밝음의 모습으로 변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습니다.
다시 한번 이 현재의 이 공동체가 있기까지 함께하여 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가정과 하시는 모든 일들에 주님의 사랑과 은총이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