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기-12, 13
바르셀로나 순례를 마지막으로 순례단은 순례의 세 번째 국가인 프랑스로 향했습니다. 스페인을 지나 프랑스로 향하는 중간에 도시 국가인 안도라를 지나게 되었다. 원래의
일정에는 이 곳에 멈출 계획이 없었지만 조그마한 도시 국가이며 모든 것이 면세라는 호기심에 끌려 이곳에 멈추어 점심 식사를 하였읍니다. 좁은 길 사이로 늘어선 아름답게 단장된 가게와 쇼핑 센터들과 그 안에 화려하게 진열된 상품들과 면세라는 요소가
덧붙어져 손님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우리 순례단원들 역시 그러한 충동구매의 유혹을 갖기도 했지만
워낙 일정이 빢빢하였기에 자유스럽게 쇼핑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읍니다.
피레네 산맥을 넘어가는 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많은 기억들이 사라졌지만 피레네 산맥의 정상을 넘어가는 주변의 경치는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산 정상 둘레로 하얗게 눈이 쌓여 있었고 눈에 덮인 스키장에는 스키타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점같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쩌면 주님 앞에선 우리의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정상을 넘어서 어떤 스키장에 잠깐의 휴식을 위해서 멈추었습니다.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텍사스에서는 보기 힘든 하얀 눈에
뒤 덮인 산과 그 곳에서 스키를 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스키의 매력에 유혹을 받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읍니다. 하얀 눈과 맑은 공기 그리고 산과 인간이라는 4요소가 빚어내는 상상을
넘어선 아름다움에 창조주의 위대함을 다시금 절감하게 되었읍니다. 순례 단원들은 스키타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눈을 뭉쳐서 눈싸움을 하면서 잠시 동안의 휴식시간을 즐겼습니다.
또 다시 버스에 올라 나머지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기후의 변화에 따른 산의 지형 변화도 눈에 들어 왔습니다. 멀리서는 웅장하고 어떠한 것에도 전혀
변화가 없을 것 같은 이 산도 시간의 흐름과 기후의 영향을 받은 흔적들을 내밀하게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산
사태로 자신의 알몸을 드러내고 있는 산의 모습을 보면서 창조주의 위대함을 새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의 첫 번째 순례지인 루르드에 도착했습니다. 저녁 9시쯤에 순례단은 이곳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호텔에 묵게 되었습니다. 이
순례를 준비한 율리아노 형제의 순례단에 대한 깊은 사랑과 성지순례에 대한 사명감을 다시금 느끼게 했습니다. 비용을 줄여서 개인의 이익을 더 남기기 보다는 순례단원들이 좀 더 편안하게 깊이 있는 순례를 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신경을 쓴 사랑의 흔적들을 이곳 저곳에서 발견 할 수가 있었기 때문 입니다.
짐을 풀고 순례단은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미사를 봉헌한 후에 성모님께서 발현하셨던 장소를 찾았습니다. 관광시즌이 아닌 것이 우리 순례단에게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인적이
드문 시내를 거쳐서 성모님 발현하셨던 곳과 기적수가 나오는 곳에서 기적수를 마시기도 하고 또한 각자가 준비한 병에 물을 받기도 했습니다.
성모님께서 1858년 2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벨라뎃다에게 18번이나 발현하셨던 마싸비에이의 동굴을 방문했습니다. 동굴의
양쪽 사이로 펼쳐진 딱딱한 바위를 만지며 순례단원
모두는 우리의 신앙심을 이 딱딱한 바위와 같이 굳게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이 동굴은 일년 365일 밤낮으로
순례객이 끊이지 않고 방문하여 기도하는 축성된 장소입니다. 우리가 방문한 이 날은 밤이 늦은 시간이기도
하였지만 비수기라 모여드는 사람들이
유난히 없었기에 우리 만의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질 수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내일을 기약하면서 순례단은 늦은 시각에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참으로
긴 하루였지만 자연을 통해서 하느님의
사랑과 그분의 위대하심을 깊이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아침 일찍 순례단은 성모님께서 발현하셨던 마싸비에이의 동굴에서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이 미사에는 우리 순례단 뿐만 아니라 성모성심 수녀원에서 이곳에 오시는 한국 순례객들을 안내하고 도와 주는
사명을 띠고서 파견된 수녀님 세분도 함께 참석 하였읍니다. 이렇게 의미있는 장소에서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는 주님께 진심으로 감사와 찬미를 드렸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수녀님의 간단한 안내와 주의 사항을 듣고서 순례단은 수녀님의 안내를 받고서 하루의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순례단은 수녀님의 안내로 먼저 가브강을 따라서 펼쳐진 이 곳의 지리적인 설명과 역사적인 배경 설명을 듣고서
성 비오 10세의 지하 대 성당을 방문했읍니다. 이 성당은
길이 200미터 넓이 80미터의 대 성당으로서 3만여명의 순례객이 동시에 들어갈 수있도록 설계되어 있었읍니다. 그
후에 박물관을 방문하여이곳에서
있었던 성모님의 발현과 성모님께서 벨라뎃다에게
주셨던 메시지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들었읍니다.
박물관을 방문한 후 십자가의 길을 바치고 난 순례단은 오전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오후에는 이곳에서 솟아나는 샘물로 목욕을 하도록 만들어 놓은 목욕탕에서 침수하는 일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많은 병자들이 이곳에서 침수를 통해서 나았기 때문에 이곳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이러한 침수를 도와 주는 사람들은 모두가 자원 봉사자들인 것이 인상적 이었습니다.우리 순례단 모두도 자신이 갖고 있는 내?외적인 병에
대한 치유의 희망을 갖고 침수에 임했습니다. 본인 역시 당시에 갖고 있었던 치질에 대한 치유의 확신을
갖고서 침수에 임했습니다.
성모님께서 도와 주신다는 확신을 가지고 자원 봉사자의 도움을 받고서 탕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주 차가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발이 시려 견디기 어려운 차가움을
겨우 이겨 내고 탕을 나왔습니다. 신기한 것은 물을 수건으로 닦지 않고 옷을 입었는데도 옷이 전혀 젖지
않았던 것과 치질에는 차가운 것이 좋지 않다는데도 오히려 침수 후에 증세가 호전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육체적인
치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 마음의 치유일 것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
병석에 누워 계시는 모든 분들이 주님의 도우심으로 쾌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침수를 마친 순례단 모두는 벨라뎃다 성녀의 생가를 방문하고 그 도시도 둘러 보았습니다. 참으로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난 성녀가 부의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오로지 주님 만을 섬길 수 있었다는 것은 바로
성모님의 큰 도우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순례단은 우리 만의 촛불행렬을 준비해서 마싸비에이의 동굴로 향했습니다. 수녀님의 지시와 안내로 각자의 초에 불을 켜고 2열로 광장을 돌면서
로사리오 기도를 바쳤습니다. 각자의 마음 속의 지향은 다르겠지만 다를 주님 안에서 하나임을 느끼게 하는 참으로 아름다운 기도였습니다.
숙소로 돌아온 순례단원들 중에는 비록 늦은 시간이었지만 고백성사를 원하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이들을 위한
고백성사 시간을 따로 갖고 나머지 분들은 잠자리로 향했읍니다. 이렇게 루르드에서의 둘째 날이 저물었습니다.
다음날 순례단은 성모님께서 벨라뎃다에게 ‘여기에 성당을 짓도록
하라’고 하신 요청에 의해서 지어진 무염시태의 대성당의 소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루르드 순례를 마쳤습니다. 이제 순례단은 성녀 소화데레사를 만나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루르드에서
르망을 거쳐서 알렝숑과 리지외를 방문하는 여정입니다. 하루 만에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하기에는 너무 장시간의
여행이기에 자동차 경주로 유명한 르망이라는 곳에서 하루밤을 지내고 그 다음날 알렝숑으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