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은 준비하다가 오래 전 2007년도의 이날에 강론했던 원고를 찾았습니다. 바로 본당이전을 준비하던 시기였던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본당의 역사도 기억 속에서 사라지나 봅니다. 하지만 이 기록은 남겨 놓아야 할 것 같아서 이 장소에 보관하고자 합니다.
2007.10.14 연중 제25주일
열왕5,14-17 2티모2,8-13 루카17,11-19
“그리스도교 스승들의 가르침에 따르면
가장 핵심적인 악은, 가장 궁극적인 악은 교만입니다.
성적(性的) 부정, 분노, 탐욕, 술 취함, 같은 것들은
이 악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악마는 바로 이 교만 때문에 악마가 되었습니다.
교만은 온갖 다른 악으로 이어집니다.
이것은 하느님께 전적으로 맞서는 마음 상태입니다...
교만은 순전히 영적인 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악들에 비해 훨씬 교묘하고 치명적입니다.
방심하면 빛에 그림자 따르듯
가난, 정결, 순명, 선행 등 온갖 덕의 빛에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 교만 입니다.
교만은 영적인 암입니다.
그것은 사랑이나 자족하는 마음, 심지어 상식까지 갉아 먹습니다...
겸손해지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 첫걸음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 첫걸음이란 바로 자신이 교만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리앤더 시대를 마감하고 어스틴 시대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불안과 두려움이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두려움과 불안을 주님께로 돌리고 오직 우리의 최선과 믿음이 있으면 못할 것이 없다는 확신으로 미지의 세계로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실패의 아픔을 간직하면서 과거보다 더 나쁜 조건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안정된 기반 위에서 더 나은 발전을 위해서 새롭게 시작하는 기회를 갖는 사람은 참으로 드뭅니다. 달리표현하면, 악조건 하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아주 드문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시작이 우리 자신들 만의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관대한 이웃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어스틴 시대를 시작하면서 불안과 두려움의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딪고자 합니다. 이러한 시작의 기회를 갖기까지 우리의 힘이 되어 주셨던 모든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우리의 든든한 힘이 되어 주셨고 우리를 더 나은 길로 인도해 주셨던 주님께 찬미와 영광과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복음 말씀은 치유를 받고도 감사할 줄 모르는 아홉 사람과 감사할 줄 아는 한명의 나병환자에 대한 것입니다. 오늘 이 복음말씀은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는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우리 본당이 앞으로 어떠한 길을 가야 할 것인지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수님 시대의 나병 환자는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나병 환자가 예수님을 만나 운명이 바뀌었습니다. 얼마나 놀랍고 기뻤습겠습니까? 너무나 들뜬 나머지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한 사람만 돌아와 감사를 드렸습니다. 아마도 그는 나병이 나은 것 이상으로 더 큰 은총을 받고 돌아갔을 것입니다(복음).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열린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은 겸손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받은 은혜 이상을 돌려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감사하는 사람은 과거에 매여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자기에게 일어나는 모든 좋은 것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나쁜 일들은 남의 탓으로 돌리며 살아갑니다. 이들에게는 이웃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웃의 존재가 보이는 순간은 바로 자신의 잘못을 감추거나 자신의 책임을 모면해야하는 경우입니다. 이들은 감사하는 마음이 없기에 사랑 또한 모릅니다. 바로 닫혀진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나병이 치유된 것에 대한 기쁨에 취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잊어버리고 떠난 아홉 명의 나병환자들의 모습이 아니라 먼저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신 그분께 감사할 줄 아는 삶을 살아가는 한 명의 나병환자의 삶이 바로 우리의 삶이어야 할 것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저희 본당은 언제나 감사를 실천하는 본당이어야 하겠습니다. 본당이전을 준비하면서 저희들은 주변의 도움 없이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슴을, 그리고 얼마나 감사해야 되는 일이 많은지를 뼈 속 깊이 체험하였습니다. 이제 저희 본당의 모든 구성원들은 우리의 힘이 되어주셨던 모든 분들게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비록 그들은 댓가를 바라고 저희들의 힘이 되어 주시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저희들은 그분들의 기대 어긋나지 않는 공동체를 가꾸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바로 존재의 도움이 되는 모든 분들의 뜻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본당의 앞으로의 모습은 하느님께서 주인이신 본당이기에 저희들은 하느님의 뜻이 이 땅에 실현될 수 있는 최선의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대 명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지를 찾아서 이를 실천하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삶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