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 23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니 모두 그것을 마셨다. 24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르코 14, 22∼24 )
오늘은 성체성혈 대축일 입니다. 성체성사는 예수님께서 수난 전날 밤 최후의 만찬석상에서 제자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나눠주시며 세우신 성사입니다. 이 성사에 대해서 교회는 '그리스도인 생활 전체의 원천이요 절정'(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헌장 11항)이라고 표현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이 신앙의 신비에 방관자인양 참여하지 않고 의식적으로 경건하게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전례헌장 48항)고 가르칩니다.
지난 주에는 삼위일체 대축일을 지내고 오늘은 성체성혈 대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성체성혈 대축일이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주일에 위치하고 있는 이유는 성체성사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사랑을 잘 알기 위해서 우리는 성체성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미사에 자주 참여함으로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에서 “내 몸”은 우리가 생각하듯이 육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예 인격 전체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통해서 우리는 에수님께서는 당신의 죽음이 그러 멀지 않았으며 당신의 이러한 죽음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죽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라는 의미는 모든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계약의 피”라는 말은 오늘 제1독서에서 들은 탈출기 24,4-8에 나오는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맺는 계약”의 장면을 통해서 잘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탈출기의 이 대목에 의하면 모세가 번제물을 제단에 올리고 소의 피의 절반은 하느님을 상징하는 제단에 뿌리고, 절반은 백성들에게 뿌리면서 “이는 주님께서 이 모든 말씀대로 너희와 맺으신 계약의 피다.” (탈출 24, 8)라고 말합니다. 희생제물의 피를 통해서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계약이 맺어진다는 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께서 십자가 상에서 흘리신 피로 새로운 계약을 맺으셨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예수께서 주시는 그 “빵을 먹고 그 잔을 마심”으로써 이 새로운 계약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이 성체와 성혈을 먹고 마심으로서 이 새로운 계약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에서 예수님은 최후만찬, 곧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당신께서 십자가 상에서 돌아 가시고 난 뒤에 사시게 될 ‘하느님 나라’에로 시선을 돌리시며 말씀하십니다: “내가 하느님 나라에서 새 포도주를 마실 그날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
이 말씀에는 수난을 앞두고 헤어짐의 고통과 하느님 나라 안에서의 완성이라는 희망이 동시에 표현되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께서 지상에서 생활하시면서 삶과 모범으로 그리고 말씀으로 가르치신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지금 예수님께서는 이제 하느님의 나라가 지상에서 완성된 다음에 비로소 그 포도주 잔을 마시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런 말씀은 당신의 수난과 죽음이 임박했다는 것과 그 수난과 죽음으로 당신의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을 받아 모시는 우리 그리스도 신자들이 명심하여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당신 자신까지 내어주시면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의 사랑을 우리의 삶에서 실천하는 삶 그리고 이러한 사랑에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 당신께서 스스로를 빵이라고 선언하시는 성체성사 안에서 우리는 그리스도 사랑의 절정을 맛볼 수 있습니다. 성체성사의 앞면에는 ‘영원한 생명’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십자가의 죽음’이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미사 안에서 받아 모시는 성체는 밀떡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생기와 살아갈 힘을 주는 예수님의 몸인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미사를 통해서 예수님의 몸과 피를 마시고 먹습니다. 예수님과 하나가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하나됨이 내가 먹고 마시는 단계에만 머물러서는 안될 것입니다. 예수님의 몸이 단지 육체 만이 아닌 예수님의 전 존재를 의미한다면 우리도 우리의 삶을 통해서 예수님의 전 존재가 드러나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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