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왕 대축일 강론
2015년 11월 22일
요한 18장33-37(마태 27,1-2 ; 마태 27,11-14 ; 마르 15,1-5 ; 루카 23,1-5)
오늘은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왕으로 오심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왕이라 하면 통치와 지배하는 존재, 섬김을 받는 존재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왕으로 받아들이는 왕은 지배와 통치 그리고 섬김을 받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 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오늘의 말씀은 요한복음의 「예수님의 수난기사」가운데, 예수님이 당시 유다 지방의 로마 총독이었던 빌라도의 심문을 받는 장면 중의 한 부분입니다. 이 기사를 보면, 두 종류의 왕이 등장합니다. 한 왕은 심문하는 왕입니다. 하지만 한 왕은 심문하는 왕 앞에서 침묵을 지키는 왕입니다. 한 왕은 세상의 왕이지만 한 왕은 믿음의 왕입니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왕이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그 왕이 어떠한 왕이기를 원하는지는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 대선 후보들 중의 한 분이 ‘우리의 미래는 이미 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하늘나라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하늘나라는 이미 와 있지만 그러나 완성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종말은 이미 와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고 있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메시아가 이미 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분의 완전한 오심은 여전히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느누구도 모르는 시간이고 방법일 것입니다. 우리는 단지 부분적으로만 알 뿐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우리의 마음 속에는 왕으로서 섬김을 받고 싶은 본능과 섬겨야 한다는 양심의 본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 본능은 세상적인 왕이고 또 양심의 본능은 종말의 왕입니다. 심문하는 왕이고 침묵하는 왕입니다. 통치하는 왕이고 섬기는 왕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통치하는 왕의 모습에서 섬기는 왕의 모습을 지향하고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이러한 섬기는 왕의 모습을 성경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마르 10장 42부터 45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그러한 생각을 구테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42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가까이 불러 이르셨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라는 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43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44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45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마르 10,42-45).
비슷한 내용이 요한 복음서에서는 최후만찬자리에서「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는」예수님의 모습과 말씀을 통해 제시되어 있습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15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요한 13,14-15).
오늘 우리는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면서 우리 자신의 삶의 모습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면서도 왕이신 그리스도의 모습이 아닌 세상의 왕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 우리의 삶 안에서 이미 현존하고 계시는 종말의 예수님께서 우리의 삶의 중심에 자리하고 계시는지를 반성해 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