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권 몬시뇰의 가톨릭교회교리서 해설 (7)
신앙은 주님 계시에 응답하는 것
대상은 성부 성자 성령이신 하느님
은총과 인간 지성·의지의 합작품
발행일 : 2003-05-11 [제2347호, 6면]
■ 1편, 1부
제3장 하느님께 대한 인간의 응답
신앙의 뜻(142-143)
하느님께서 계시로써 인간에 대한 당신의 뜻을 말씀하시고 인간을 당신과의 친교에로 부르셨는데, 인간이 이 부르심에 인격적으로
응답하는 것을 신앙이라 한다. 이 응답은 인간이 자신의 지성과 의지를 하느님의 계시에 복종시킴으로써 실현하는 것이므로 성서는 이
응답을 신앙의 복종(로마1, 5)이라 한다.
제1절 저는 믿나이다
Ⅰ. 신앙의 복종(144-149) 복종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ob) 듣는다(audire)는? 합성어인데, 신앙의 복종이란 자기가 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자유로운 결단으로 따른다는
뜻이다. 성서는 아브라함을 모든 신앙인의 모범으로 제시하고, 마리아를 신앙을 완전하게 실현하신 분으로 보여준다.
아브
라함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따라서 미지의 세계로 떠났고, 외아들을 제물로 바치려 하였으므로 히브리서가 말하는 신앙의 정의(定義)를
그대로 실현하였고, 마리아는 가브리엘 천사의 예수 성탄 예고를 『지금 말씀대로 제게 이루어 주소서』(Fiat:루가1, 37)하고서
예수님의 구세 사업에 동참하시어 완전한 신앙을 증거하셨다.
Ⅱ. 신앙의 대상(150-152)
그리스도교 신앙의 유일한 대상은 성부 성자 성령이신 하느님이시다. 인간이 하느님을 믿는 것과 인간이 인간을 믿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믿음이다. 인간이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존재와 능력을 다 동원하여 인격적으로 하느님께
귀의(歸依)하고,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진리에 조건 없이 동의하는 것이다. 이러한 완전한 믿음의 대상은 절대자이시고 완전자이신
하느님밖에 있을 수 없다. 또 그리스도교 신앙은 이러한 하느님의 독생 성자 예수 그리스도와, 성부 성자와 본체적으로 하나이신
성령께 대한 신앙을 요구한다. 성부 성자 성령은 구별은 되지만 분리할 수 없는 한분인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신앙의 유일한
대상이시다.
Ⅲ. 신앙의 특성(153-175)
신앙은 은총이다(153). 인간은 자기 스스로의 능력만으로 신앙을 가질 수 없다. 하느님 은총의 도우심이 있어야 사람이 하느님을
제대로 믿을 수 있다. 사도 베드로가 예수님이 구세주이심을 고백할 때, 예수님께서는 『너에게 그것을 알려주신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이시다』(마태16, 17)하셨다.
신앙은 인간 행위이다(154-155). 신앙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시작되고 지탱되지만, 인간이 자신의 지성과 의지로써 행하는 인간 행위라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신앙은 인간들 사이의
신용과는 달리, 하느님의 은총으로 움직여진 의지의 명령에 따라 하느님의 진리에 동의하는 지성적 행위이다. 종합적으로 말해서 신앙은
하느님의 은총과 인간의 지성과 의지의 합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앙과 지성의 관계(156-159). 인간이
하느님과 그분의 계시 내용을 믿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 이성으로 완전히 이해되기 때문이 아니고, 그것을 계시하시는 하느님의 권위
때문에 믿는 것이다. 즉 참된 신앙의 동기는 하느님 자신이다. 그렇지만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이성적 욕구의 충족을 위하여 계시의
외적 증거들을 주셨다.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여러 가지 기적들과 교회의 역사적 경험들이다. 이러한 기적과 경험은
계시진리를 믿는 것이 불합리한 일은 아니라는 판단을 줌으로써 신앙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한다.
신앙의 진리나 과학적
진리의 원천이 진리 자체이신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신앙의 진리와 과학의 진리가 동일한 사물에 있어서 모순될 수 없다. 그래서 착실한
신앙인이 착실한 과학자가 될 수 있고, 투철한 과학자가 진정한 신앙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