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문제는 문화와 신앙과 관계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은 구체적인 문화를 통해 신앙을 수용하고 형성하며 구체적으로 생활하고 실천하고 전달한다. 신앙은 인간 문화를 매개체로 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문화는 늘 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앙의 언어 또한 고정적일 수 없다. 신앙의 새로운 언어 창출을 위해서는 교회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와 현대 상황의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자신을 숨기시는 하느님
스힐벡스는 자신의 회고록 마지막 부분에 자신에게 의미를 준 성경구절을 엮어 하나의 시편을 만들었다. 이 시편을 보면 하느님을 찾아 떠나는 그의 여정이 얼마나 철저했던가를 볼 수 있다. 그에게 하느님은 자신을 계시하는 분이시지만 또한 자신을 숨기는 하느님이시기에(예레 23,23) 계속 그분을 찾아 나서야 함을 암시한다. 무엇보다도 그에게 하느님은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 한다.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는 그것을 알지 못하느냐?'(이사 43,19)라고 물으시는 하느님이시다.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서 우리가 알아보아야 할 징표는 어떠한 것인가.
김미정 수녀(프랑스 성 안드레아 수녀원, 파리 예수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