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017
그만 하여라. 폭력과 억압을 치워 버리고,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여라
에제키엘 45:9
Enough, Put away violence and oppression, and do what is just and right!
Ezekiel 45:9
"네 아우의 피가 땅바닥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 이제 너는 저주를 받아, 입을 벌려 네 손에서 네 아우의 피를 받아 낸 그 땅에서 쫓겨날 것이다. 네가 땅을 부쳐도, 그것이 너에게 더 이상 수확을 내주지 않을 것이다. 너는 세상을 떠돌며 헤매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러자 카인은 “그 형벌은 제가 짊어지기에 너무나 큽니다. 저는 당신 앞에서 몸을 숨겨야 하고, 세상을 떠돌며 헤매는 신세가 되어, 만나는 자마다 저를 죽이려 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아니다. 카인을 죽이는 자는 누구나 일곱 갑절로 앙갚음을 받을 것이다.” 그런 다음 주님께서는 카인에게 표를 찍어 주셔서, 어느 누가 그를 만나더라도 그를 죽이지 못하게 하십니다. 카인은 주님 앞에서 물러 나와 에덴의 동쪽 놋 땅에 살게 됩니다.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은 결과 얻게 된 것은 “너는 사는 동안 즐곧 고통속에서 땅을 부쳐 먹으리라. 흙에서 나왔으니 훍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라는 하느님의 말씀이었습니다. 반면 카인에게 하느님께서는 형제를 살인한 벌로 주신 것은 ‘땅을 부쳐도 더 이상 수확을 내주지 않을 것이고 세상을 떠돌며 헤메는 신세가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아담이 힘겹게 노동해야 먹고 살던 것에서 농부인 카인에게 이제 일해도 수확할 수 없다는 가혹한 징벌을 내리십니다. 평생을 일해도 먹고살기가 힘들고, 그러니 세상을 떠돌게 되고, 형제를 죽인 살인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해의 위험속에 살게 될 것입니다.
카인은 자기를 만나는 자마다 죽이려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당시 카인이 두려워했던 사람들은 누구였을까요? 외경의 기록대로라면 아담과 화와사이에는 63명의 자녀가 있었습니다. 아벨을 제외하고 62명이 자손들이 흩어져 번성했다고 되어있습니다. 아벨이 죽은후 셋을 낳았다고 하였지만 정확히 셋이 몇번째 아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추축컨데 남매끼리 결혼하여 이루어진 가족들은 이미 수백명에 육박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정착하여 농부로 살기는 힘들어진 카인은 떠돌이 신세가 될 것이고 그러다가 형제를 만나게 될것이고 그들은 자신들의 형제가 형제에 의해 살해된 것에 앙갚음을 하려했을지 모릅니다. 카인은 자신이 지어야 할 형벌이 무겁다고 호소하자 하느님께서는 카인에게 표를 찍어 주시어 그를 두려움에서 보호해 주십니다. 비록 형제를 죽인 죄인이지만 벌을 줄지언정 그를 죽이지는 않으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그리고 아버지인 아담도 죄를 짓고 참회했듯이 카인도 참회하기를 바라시지 않았을까요?
카인은 ‘놋’이라는 곳에 살게 되는데 히브리어로 ‘방랑’을 의미합니다. 카인이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모릅니다. 생존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을 것이고 그것을 보고 자랐을 카인의 후손들의 기록도 흥미롭습니다. 카인의 후손중 라멕이 나옵니다. 라멕은 자기 아내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다야, 칠라야, 네 소리를 들어라, 라멕의 아내들아,내 말에 귀를 기울여라. 나는 내 상처하나에 사람 하나를, 내 생채기 하나에 아이 하나를 죽였다. 카인을 해친 자가 일곱 곱절로 앙갚음을 받는다면 라멕을 해친 자는 일흔일곱 곱절로 앙갚음을 받는다” 라멕이라는 이름의 뜻은 “나는 강하다”입니다. 그는 자신의 힘을 믿고 하느님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을 겁니다
카인의 후손인 라멕은 아우를 죽인 카인보다 더 잔인하고 포악해 보입니다. 카인은 자신의 형제 살인을 숨겼지만 라멕은 자신의 살인행위를 공개적으로 드러냅니다. 아직 국가가 형성되어 있지않고 살인을 통제할 법이 없어 그야말로 양육강식시대의 어두운 일면을 보여줍니다. 한 가정에서 시작된 카인의 범죄가 라멕에 이르러서는 사회적으로 확대되어 무법천지가 되었음입니다. 외경에 따르면 수치심과 양심도 없는 라멕에 의해 카인이 죽음을 맞게된다고 말합니다. 외경에서는 카인이 아우를 죽인 후 하느님께서 그의 머리에 뿔을 나게 하였는데 이는 카인에게 내린 표시였습니다. 나중에 라멕은 카인을 야생 동물로 오인하여 죽이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한편 또 다른 전승은 아담이 죽은 그 해에 카인은 자기 집이 무너지는 바람에 돌에 깔려서 죽었다고 말합니다. 동생 아벨을 돌로 쳐죽였기 때문에 돌에 깔려서 죽은 것은 것입니다.
카인의 후예인 라멕과 아마도 카인의 후예일지도 모를 우리들…. 법이 없던 시절, 양심보다 감정에 이끌리는대로 제멋대로 살았을 그들과 사회법과 하느님의 법이 존재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비교해 봅니다. 옳고 그름과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들을 잘 알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카인의 후예처럼 남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살인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신문의 사회면을 차지하는 어두운 사건들을 접하며 세상이 썩었다고 이야기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내 마음속에 남을 짓밟으면서 남들보다 우위에 서려는 마음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마치 카인의 후예인양….
주님, 행동으로 보여지지는 않지만 제 마음속에 그리고 제 사고속에 도사리고 있는 폭력과 차별을 봅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차별하고 무시하려는 마음, 학연과 지연, 민족을 내세워 벽을 쌓고 있는 마음등. 이런 것들이 주먹을 휘두르는 것보다 더 한 잠재적 폭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주님, 공정과 정의의 실천을 법보다 제 마음안에서 시작하게 해주소서. 그리고 그 바탕에는 늘 ‘사랑’을 전제로 하게 해주소서